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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3

앨리스 먼로, 행복한 그림자 춤 먼저 작업실의 경우 소재가 너무 특수성이 없다. 다만 보편성은 있어서 공감할 수 있다. 작업실을 얻었는데 작업실 주인이 귀찮게 한다는 내용이 이야기의 전부이다. 결국 질문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고 대답은 작업실을 처분한다로 나온다. 여기서 이 여자가 진짜로 원했던 것이나 작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 권태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 같은 것은 별로 조명되지 않는다. 나비의 나날은 내가 제대로 내용을 이해했는지 의심스럽다. 화자가 어떤 왕따 소녀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 소녀가 백혈병에 걸리고 문병갔다가 선물을 받고 자신이 배반했다고 하는데 뭐가 배반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는다.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는 앞의 두 소설보다는 더 특별한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외판원인데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가.. 2017. 12. 6.
이언 맥큐언, 속죄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읽는 내내 아주 재미있었지만 엔딩은 많이 아쉽습니다. 브리오니가 로비와 세실리아의 밀당?을 오해해서 로비에게 누명을 씌운다는 이야기는 아주 명확하게 다음 이야기를 강제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중에 소설 전체를 읽고 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려집니다. 극복 못한다. 이게 답이지요. 아무튼 소설을 읽는 동안은 이들이 어떤 고통을 겪으며 어떻게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브리오니 개인의 성장과 결자해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목이 속죄니까요. 2장에 나오는 로비가 다이나모작전 중에 겪는 이야기들은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충분히 이야기할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파의 집에서.. 2016. 7. 25.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반전, 급전, 의외성 이런 것들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것이고 이야기를 듣는 본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하지만 의미상으로 완결된 텍스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소설에서 독자가 가장 즐기고 있는 부분은 주인공 토니가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 사랑의 파괴, 파괴된 사랑에 다신 한번 손 댈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다루는 가이다. 이 소설을 평할 때에 자주 등장하는 기억이나 역사에 관한 주제는 사실 핵심이 아니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내가 아는 한 문학에서 다루어 온 기억과 관련된 주제는 두 가지다. 기억이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블레이드 러너 등 SF소설), 그리고 윤리적인 이유로 기억이 왜곡되는 일.(올드보이, 속.. 2015. 9. 24.
할런 코벤, 6년 사라진 여인, 증인보호 프로그램이라는 두 가지 컨셉이 섞여 있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별 이유 없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사라졌다는 후킹은 강력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질문이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텍스트가 될 수도 있었던 '그녀는 나의 무엇이 싫어서 떠났는가?' 혹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라는 주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새삼 '나를 찾아줘'가 얼마나 잘 된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을 당한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한 행동을 되집어보고, 의미들을 생각하고, 놓친 게 무엇인지, 자신의 완전히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스스로를 객관화해야만 하는 상황, 바라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것의 괴리, 이런 것들이 굉장히 재미있는 주.. 2015. 2. 21.
데니스 르해인, 더 드롭 거창한 야망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행복이라도 맛보려면 더러운 일을 해야한다는 아이러니가 장르소설의 클리쉐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소설 전체에 흐르는 밥의 정서는 패배자, 불가역성, 필연적 굴종, 미완의 구원과 같은 것인데 이는 르해인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열쇠같은 것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불행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러한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모든 정서의 주인인 밥과 대비되는 사람이 마브인데 그는 밥과 별로 다른 처지에 있지 않지만 밥보다는 좀 더 큰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탕'을 노리는 사람으로 범죄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과 같은 인물인데 결국 밥의 영리함이 그를 파멸하게 만든다. 언뜻보면 마브는 이 모든 사단의 근원이자 기만자, 악당 같지만 따지고 보면 밥도 마찬가지로 .. 2015. 2. 15.
다니엘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어둠의 속도가 주었던 임팩트가 너무 커서 늘 함께 거론된다는 이 작품을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작품 역시 자폐인이 뇌 수술을 통해 지능향상을 꾀한다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어둠의 속도가 지능 향상 수술을 받기 전의 자폐인이 어떤 윤리적 이슈 앞에 당면하는지를 다루고 있다면 이 작품은 실제로 지능이 나아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전체 과정을 보여준다. 지능이 나아져도 별로 행복해지지 않더라는 아이러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찰리는 지능이 나아지면서 자신이 실험용 쥐-앨저넌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좀 더 인간다운 대우를 받기를 원하게 된다. 또한 과거의 자신에게 가해졌던 부당했던 대우나 비웃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발견하여 수치스러워하기도 하고 친구인줄 알았던 자들이 친구가 아니었음을 알게되어 고독.. 2015. 1. 2.
어둠의 속도 그 어디에서도 듣도보도 못한 강력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자폐인들이 증상을 역행시키는, 즉 정상인이 될 수 있는 치료를 받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이라는 설정이다. 이들은 치료를 받는 것이 나은지, 그 반대인지,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나는 온전히 나로 남아 있을지 등의 이슈의 폭발을 보여준다. 물론 이게 재미있기 위해서 자폐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책이 보여주는 자폐인의 주요 특징 하나는 감정언어들을 잘 번역하지 못한다는 점과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무엇에 관해 전혀 모르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폐증인 사람들은 이런 신호를 이해하지 못한다. 책에 그렇게 씌여 있다. 나는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안다. 이런.. 2014. 12. 18.
네가 있어준다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이후로 영미권 청소년 소설이 좋아졌다. 예전에 기억전달자를 읽고 이 분야의 작가들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기억전달자 다음으로 인기가 있었다는 네가 있어준다면을 언젠가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자주 가는 까페꼼마에 책이 꽂혀 있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역시 뛰어난 소설임이 분명하다. 이야기의 강한 동력은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고 자신만 살아남은 미아가 자신도 세상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끔찍한 상황을 감수하고도 세상에 남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강한 이슈로부터 나온다.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미아는 유체이탈 상태 같은 것을 경험하는데 그 와중에 사람들의 반응을.. 2014. 8. 10.
죽음의 부작용,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병 이야기는 언제 봐도 재미있는 서사의 아이템이다. 남이 아픈 걸 보고 재밌다고 하는 것 자체가 좀 괴상하지만 적어도 서사 속에서 병이란 게 정말 재밌는 건 사실이다. 뛰어난 작품들 속에서 병은 어김없이 사람들의 운명을 비틀고 선택을 강요한다. 이게 재미의 본질이다. 이 작품 속에는 ‘암의 부작용’ 이나 ‘죽음의 부작용’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그 어떤 병의 서사도 병이나 죽음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부작용을 다루며 이는 이야기의 좋은 주제가 된다.병의 부작용들은 물리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말하자면 수도 없지만 이 중에서도 주로 이야기에 힘을 부여해주는 측면은 바로 윤리적 의무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병든 사람에게는 건강한 사람과.. 2014. 8. 3.
미시시피 미시시피 이 소설 속 래리 오트라는 인물은 미스틱 리버의 데이브 보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엄청난 찬양이라는 점을 눈치채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인물들에게 끌리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일단 이 사람들은 루저나 프릭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다. 사회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실패한 듯한 인생을 살고 있다. 사실 이런 루저들의 이슈는 별로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서사 속에서는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진다. 한국 영화 괴물에 나오는 가족들이나 미스리틀선샤인에 나오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뭐랄까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극을 위해 만든 캐랙터 같고 장난스럽다. 물론 그런 캐랙터들도 나름의 유쾌함과 미덕이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루저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이슈들, 사회적으.. 2014. 7. 19.
길리엄 플린, 나를 찾아줘 Gone Girl 이 소설에는 처음 보는 것이 있다. 실종된 아내를 찾으면서 드러나는 팜므파탈의 속성이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슈, 마치 알랭 드 보통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보편적인 주제, 바로 '노력하기를 멈춘 남편'에 대한 실망과 처벌이라는 점이다. 로맨틱 코메디에나 어울릴 법한 주제를 스릴러 소설 속에 끌어들였는데 사실 웃어넘기기에는 굉장히 절박한 문제이며, 행복의 척도와 관련된 것이라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와 서사의 외형이 잘 들어맞는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일은 필연적으로 왜 사라졌는가?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아내의 기획이 드러난다는 반전과 남편의 선택, 아내가 내몰리는 과정 끝에 나온 결말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에 대한 대답으로서 손색이 없다. 에이미가 닉을 엿먹이.. 2014. 7. 1.
존 스칼지, 노인의 전쟁 3부작 이야기로서의 매력은 유령여단>마지막 행성>노인의 전쟁 순이다. 배신자의 의도를 알기 위해 배신자의 의식을 복제한다는 설정은 처음 보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이야기를 풀어가기가 쉬워진다. 이야기의 동력이 되는 질문과 이야기의 외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샤를 부탱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야기의 첫번째 의무이다. 제러드 디렉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라는 문제 역시 서사의 큰 줄기다. 사건들은 제러드 디렉이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SF소설의 단골 주제인 자유의지, 인간성에 관한 주제들을 소비한다. 정리하자면 주어진 질문 - 샤를 부탱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가 - 와 - 제러드 디렉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 에 답.. 2013. 10. 21.
할레드 호세이니,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한 작품에 한 두 개만 있어도 감사할만한 아이러니가 여러 개 들어있음.초반 페어리테일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너무 강력함. 정면으로 처리하지는 못함.대신 관계와 부채에 대한 이야기로 포커스를 옮김. 이후의 이야기들은 이 주제를 충실하게 구현.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필연적으로 채무관계라는 불순물이 섞여있는 것인 듯.한 가지 주제를 멀티플롯으로 변주하는 방식 - 같은 속성, 다른 결론 - 은 폴 해기스의 크래시를 생각나게 함. 2013.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