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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4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인간을 규정할 때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우리를 중독자로 관찰해 보는 것이다. 이는 몇몇 영장류를 제외한 다른 동물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물 중독자가 아니다. 그러나 행복 중독자이다. 행복 중독자는 약물 중독자처럼 실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끊임없이 갈망한다. 어떤 의미에서 행복 중독자는 약물 중독자보다 더욱 상태가 심각하다. 약물 중독자는 자신의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를 잘못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행복 중독자는 행복이 무엇인지부터 잘못 알고 있다. 둘 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2021. 10. 29.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25살에 이걸 썼다는 게 말이 안된다. 18살에서 24살 까지 어떻게 살아야 25살에 이런걸 쓸 수 있는지 나로서는 감도 안잡힌다. 이 책의 아이디어에 대해 말하기 전에 책 초반에 저자가 하는 선언에 주목해야 된다. "나는 윤리나 당위는 잠시 접어두겠어. 대신 여성들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역사를 되집어가며 설명해줄테니 잘 들어봐." 보통 이 정도로 지르면 나는 바로 무릎꿇는다. 뒤에서 책임을 안지면 비판하기야 하겠지만, 초반에 이렇게 지르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멋있기가 거의 니체급이다. 심지어 그녀는 저 말에 끝까지 책임진다. 이 책의 주요 아이디어는 분석의 타겟을 남성권력 그 자체로 잡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게 했던 역사적 맥락들로 잡았다는 점이다. 즉 , 그리고 억압의 최소단.. 2018. 9. 6.
엘리자베스 워런, 싸울 기회 팟케스트를 듣다가 유시민 아저씨가 추천해줘서 읽게 된 책이다. 싸울 기회라는 제목도 멋있게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금융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는 내용일 것이라 예상하고 "그래 나같은 한국의 젊은 지성?이 이런 것도 좀 읽어줘야지...꽂아놓으면 허세용으로도 딱 좋겠군 크킄" 하고 샀는데 막상 읽어보니 너무나 문학적이고 감성을 건드리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푹 빠져들었다. 전반부는 주로 자신의 생활과 가난과의 투쟁을 다루고 있고 후반부는 금융자본과의 전투를 다루는데 전반부는 그냥 문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책이 얼마나 문학적인가에 대한 예시로 어머니의 장례식 후 에피소드를 옮겨본다. 며칠 뒤 부모님 집에 있는 빈방으로 돌아왔다. 난 침대에 누워 울고 있었다. 아빠가 들어오자 나는 일어서서 두 팔을 .. 2015. 10. 14.
스콧 펙, 거짓의 사람들 악을 거짓, 자기기만, 나르시즘, 나태함, 권력행사 등의 개념으로 정의했다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사실 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측정 가능한 사실로부터 나오는 판단이 아니다. 가치판단이나 윤리적인 판단에 가깝다. 그래서 오직 이것만이 악이다라거나 모든 악의 근원이 이것이다라고 우기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책을 덮어버릴 수 있었으나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사실 그런 식의 아포리즘도 좋아한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보면 '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종이다'는 개념이 나온다. 극단적이고, 문학적이고 무엇보다도 살인과 도둑질이 이어져 있으며 사소한 도둑질이란 없다는 암시가 근사하다. 마찬가지로 악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그리고 그 원인으로 나르시즘을 지목한 것은 참으로.. 201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