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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2

티탄은 젠더갈등의 '역사'에 관한 영화다. 티탄은 젠더갈등의 '역사'에 관한 영화다. 그렇다고 여성감독이 뭔가를 주장하거나 프로파간다하는 류의 영화는 아니며 젠더갈등의 근원과 현주소, 그리고 감독의 전망이 상징적인 방식으로 혹은 매우 크로넨버그적인 감성으로 드러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난해하다고 하는데 사실 해석의 단서들은 충분하고 꽤나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언어를 가지지 못한 소녀, 여성성과 스틸펑크(Steelpunk)의 결합, 힘을 가졌지만 통제할 수 없는 여성, 새로운 형태의 남성성과 결합, 티타늄 척추를 가진(새로운 젠더비전을 가진) 신인류의 탄생까지, 지금 서양사회가 겪고 있는 일이자 곧 한국사회에도 드러날 '격렬한 젠더갈등의 소산물'이라는 사회현상에 잘 들어맞는 내용들을 보여준다. 티탄에 관한 제대로 된 리뷰가 하나도 없고 .. 2021. 12. 20.
겨울왕국 2 리뷰 겨울왕국 시리즈를 관통하는 이슈는 '자기 부정'이다. 아름다운 동화의 외형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엘사만한 아웃사이더도 잘 없다. 엘사는 언제나 자기 정체성에 부정적인 이슈를 가지고 있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는 인물이다. 엘사의 또다른 특징은 매저키즘적인 영웅의 면모다. 히어로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설정은 주인공을 고립시키고 혼자 고통을 짊어지도록 만들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에 강하게 이입하도록 만든다. 매저키즘적 영웅의 면모는 클래식한 서사적 요소이며 특히 2편에서는 상당히 클래식하게 묘사된다. 1편의 엘사는 이기심과 이타심이 섞여있는 굉장히 모던한 영웅, 혹은 안티히어로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속편의 엘사는 좀 더 전통적인 영웅에 가깝다. 그러나 여전히 이 세상이 X되.. 2019. 11. 24.
82년생 김지영 리뷰 원작 소설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평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다. 1.원작에 충실했는가? 즉 원작이 해내는 것들을 영화에서도 해내고 있는가? 2,원작에서 하지 않았던 것을 했는가? 즉 영화만의 성취를 이루어내고 있는가? 82년생 김지영은 이 두가지 측면을 모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원작과 영화의 결정적인 차이는 지영의 정신병적인 증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메인플롯이 극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는 점과 그것을 소비하는 인물 공유가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공유가 원작에서보다 훨신 더 헌신적이고 자기반성적인 인물로 등장하면서 영화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간다. 그 목표는 개인적 차원의 조건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스템적인 차원의 조건이 더 강력한 존재양식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 2019. 10. 25.
제니퍼 폭스, 이야기 Jeniffer Fox, The Tale 올해 여성인권영화제의 가장 논쟁적인 영화 한 편을 뽑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영화다. 이 영화는 13살짜리 여자아이가 성인 남자와 섹스하게 되는 과정이 어떤지를 보여주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1.여자아이가 성인남자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성인남자는 그것을 섹스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2.여자아이는 자신이 자율적으로 그 행위에 가담했는지 아닌지에 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내용은 즉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소환한다. 1.이 관계에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반영되어 있는가? 2.그것을 자율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3.여자아이의 마음 속엔 어떤 방식의 인정욕구가 작동하고 있는가?4.여기서 사회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인가? 전부 생각해볼 지점이 있고 쉽게 판단내리기.. 2018. 9. 15.
칠드런오브맨의 쁠랑세깡스 Plan-Sequence 쁠랑 세깡스 Plan-Sequence :주로 복잡한 동작선 및 카메라 움직임을 싱글 테이크로 길게 포착하는 쇼트. 1.뭐하는 장면일까?이 장면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신 분이라면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걸 따라하겠다는 건지 의아할 것이다. 커트 없이 하나의 롱테이크로 전체 시퀀스를 구성하는 일인데 일단 영상을 보면서 이게 뭔지 한 번 살펴보자 처음 봤을 때는 흉내도 못낼 것 같았다. 하지만 자꾸 보다보니 생각보다 카메라의 무브먼트가 복잡하지 않다. 슬라이더와 약간의 노가다를 가미하면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차 뚜껑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레일과 리모트 컨트럴러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 전체를 또다른 렉카 위에 실었다. 우리는 그냥 뚜껑 없는 차에서 하거나 실내에서 하자. 레일과.. 2018. 7. 28.
화면비Aspect Ratio에 대한 재미있는 영상 영화의 화면 비율에 대한 재미있는 영상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실제로 사진촬영을 해보면 똑같은 장면을 찍었는데 4:3 비율로 찍었을 때보다 16:9로 찍었을 때 더 이뻐보이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물론 다른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많아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화면비율 선택과 크롭(잘라내기)만으로 미적요소 뿐만 아니라 의미상으로도 완전히 다른 사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SFX Secrets: Aspect Ratios from Fandor on Vimeo. 영상 번역:화면비는 무엇일까요? 영화에서, 화면비란 당신이 보는 스크린의 가로와 세로 비율을 말합니다. 하지만 아마 중요한 건 왜? 입니다. 왜 어떤 영화는 이렇고? 왜 어떤 영화는 이런 비율일까요? 오늘날 대부분의 영화는.. 2018. 7. 28.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개각도 장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상륙작전 장면 이 장면의 특징은 튀어오르는 물과, 흙, 피 등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는 점이다. 카메라의 셔터의 개각도를 극단적으로 줄여서 필름 하나하나의 맺힌 상에 ‘흐르는’ 현상blurring이 사라지도록 했다. 개각도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노출부족을 매꿔줘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스태디캠을 들고 달리고, 광원을 확보하는 등 실제로 해보면 꽤 까다로운 작업이 예상된다. 하지만 돈 없고 장비가 없다고 못찍을 장면은 아니다. 공짜 조명기인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오직 개각도 조절기능이 탑제된 카메라다. 개각도Shutter angles란 무엇인가? 동영상 카메라는 1초에 24개 이상의 사진을 찍어야 되기 때문에 셔터가 말그대로 샷다문식?으로 열었다 닫.. 2018. 7. 28.
인사이드아웃 이 영화가 잘 된 영화인지 아닌지에 관해 이야기 할 때 두 가지 측면을 말할 수 있다. 1.기쁨이와 슬픔이의 여행이 모험물로서 재미있는 요소가 있는가? 2.모험의 과정이 '슬픔도 필요하다'는 주제와 닮아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실패했다. 먼저 이 모험이 어떤 기획을 가지고 관객에게 재미를 주려는지 살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세계를 관객에게 소개하고 그 세계가 얼마나 기발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기억과 무의식을 기본으로 창조해낸 새로운 세계는 얼핏보면 기발하지만 그 속에서 겪는 모험의 속성은 모두 비슷하다. 어떤 설정들이 끊임 없이 제공되는데 라일리의 퍼스날리티와 관련된 오브제들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재미가 보장되지 않는다. 어떤 비유나 상징들을 읽어낼 때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 2015. 7. 21.
위플래시 평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는 보려고 했던 위플래시를 드디어 봤다. 사실 나는 음악영화나 예술가의 삶을 주제로 하는 영화들에 대해 불신같은 것을 좀 가지고 있다. 예술가를 미화시켜서 얻어낸 파토스를 동력으로 앙상한 이야기를 끌고나가다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이런 류의 영화가 가지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좋은 이야기는 특수한 외형과 보편적인 이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술가류 영화들에는 이 보편적인 이슈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의 주요 이슈는 앤드류의 열정이 어떤 보상을 받는가이다. 테렌스 플레쳐식의 경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멀쩡한 여자친구와도 결별을 선언하는 등 그의 열정은 어떤 선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일단 여기에 특수성이 있다. 이 자체로 낯선 것이기도 하거니와 영화의 표현 방법이 상당.. 2015. 7. 6.
겨울왕국, 맥락의 가장자리 전체적인 서사가 형편없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반드시 칭찬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엘사의 각성이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낯선 정서적 에너지를 동반하는데 이는 감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여러개의 레이어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엘사는 고립되었는가? 해방되었는가? 엘사의 고립은 성장인가, 후퇴인가? 혹은 이기적인 행위인가 이타적인 행위인가? 서사의 동력이 되는 가장 핵심적인 지점에서 이처럼 감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그 뒤의 서사는 이에 대해 별로 책임을 지지 못한다. 이게 제대로 된 이야기가 되려면 엘사의 부제가 왕국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엘사가 떠남으로 인해 오히려 얼어붙었던 왕국이 번영을 맞이한다면, 혹은 엘사가 돌아가야할 이유와 돌아가지 말아야할 이유가 충돌한다면.. 2014. 2. 5.
더 테러 라이브 던져진 질문에 예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답하기를 충실히 해내고 있다. 최초에 던져진 질문도 근사하다. 도덕적 책임을 지우고 구석으로 몰아붙여 꼼짝 못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레이어가 2개, 3개의 층위로 되어 있다는 점도 좋다.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탁월함이다. 그리고 각각의 레이어가 손쉽게 통합되지 않는다는 점도 정말 좋다. 무엇보다도 엔딩이 추출해내는 메세지와 아이러니가 최고 수준이다. 2013. 9. 19.
폴토마스앤더슨, 마스터 나약한 상태의 인간에게 사이비 종교가 침투해서 완전히 초토화 시킨다는 설정은 좋음.하지만 그 내용이 클리쉐.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이 없음.망원랜즈 남용의 당위를 찾을 수 없음. 내용의 부실함에 비해 과잉된 형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음.서사의 단순함 - 이렇게 망가져가는 인간이 있다. - 때문에 망가져가는 내용에 대한 요구치가 높아짐. 2013.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