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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왕국, 맥락의 가장자리

by skarly 2014. 2. 5.

 전체적인 서사가 형편없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반드시 칭찬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엘사의 각성이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낯선 정서적 에너지를 동반하는데 이는 감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여러개의 레이어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엘사는 고립되었는가? 해방되었는가? 엘사의 고립은 성장인가, 후퇴인가? 혹은 이기적인 행위인가 이타적인 행위인가? 서사의 동력이 되는 가장 핵심적인 지점에서 이처럼 감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그 뒤의 서사는 이에 대해 별로 책임을 지지 못한다. 이게 제대로 된 이야기가 되려면 엘사의 부제가 왕국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엘사가 떠남으로 인해 오히려 얼어붙었던 왕국이 번영을 맞이한다면, 혹은 엘사가 돌아가야할 이유와 돌아가지 말아야할 이유가 충돌한다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게 아니라 엘사의 내면에 공존하는 증오의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문제가 대두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