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6 김혜진, 딸에 대하여 는 레즈비언 딸을 가진 엄마가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노화와 죽음이라는 관점을 동원해 보여준다. 이는 이전에 어떤 서사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발한 방식인데 기존 서사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가장 흔한 방식이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 앞에 놓인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였다면 이 소설은 늙어가는 엄마의 입장에서 딸의 동성애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혹은 납득할 것인가라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늙어가고 있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맞닥드리게 될 이슈들, 예를 들면 노동에 대한 두려움, 선택지가 좁아지는 삶, 자격의 상실 같은 이슈들이 다루어지며 이러한 필터들 덕분에 딸이 레즈비언으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단순히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같은 것이.. 2026. 10. 14. 단요,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너무 잼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모든 윤리적 선택이 직관적인 가치로 환산되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들은 무엇이 선한가부터 왜 선해야만 하는가까지 도덕철학의 정수를 관통하는 핵심질문들이다. 사람들의 입장을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주며 나라면 어떤 입장에 설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정도로 풍성하게 이슈를 다루어주는 소설은 진짜 오랜만이었고 충만한 마음으로 책장을 덥었다. 사실 선형적인 서사를 진행시키지는 않는데 다루고 있는 이슈가 워낙 풍부해서 서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2026. 10. 9. 철학자와 오리너구리 어떤 사람이 살인죄로 기소됐다. 유죄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들이 있었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고민하던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배심원 여러분, 모두가 놀랄 만한 일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1분 뒤에, 이 사건에서 죽은 것으로 생각되는 그 사람이 법정으로 걸어들어올 것입니다."그러고는 법정 출입구에 시선을 돌렸다. 배심원들은 모두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후 1분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변호사가 말했다."사실 저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걸어 들어올 거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 놀라서 문을 바라보셨죠. 그러니 저는 여러분께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살해됐다는 데에는 이렇게 다들 의심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 2026. 9. 24. 마크 롤랜즈,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시지프의 과제가 불러일으키는 공포는 그가 형벌을 증오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리라 그저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혹시 시지프에 대한 신들의 복수심이 그리 강하지 않았더라면, 신들은 시지프와 그의 운명을 화해시킬 방도를 강구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신들이 시지프에게 돌을 굴려야 한다는 불합리한 강박증을 심어 놓았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상황을 유도하려고, 신들이 시지프의 몸에 어떤 낮선 물질 혹은 화학약품이나 어떤 유기물 따위를 주입했더니, 그가 이제는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고 있을 때를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여기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상상해보라. 실제로 바위를 밀어 올리고 있지 않을 때 그는 심기가 불편하고, 불만족스럽고, 절망적인 상태가 된다. 이.. 2026. 5. 10. 모든 것은 빛난다 이 책은 그리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더 큰 힘에 대한 이끌림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 갑자기 ‘큰 이야기’라는 주제를 끌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 해명을 좀 하고 싶다. 일단 이야기라는 것이 ‘크기’를 가진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개인 대 개인의 결투를 다루는 이야기 보다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을 다루는 이야기가 더 크다. 반대의 경우도 생기는데 개인 간의 싸움이 어떤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전투인데 반해 국가 간의 싸움은 단순한 치킨 게임이거나 다른 이야기의 배경으로 쓰인다면, 이때는 앞쪽의 전투가 더 큰 것처럼 보인다. 너무 단순화 시킨 비유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대략 이야기를 외형의 크기, 의미의 크기 등의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책으로 돌아가서 ‘더 큰 힘.. 2026. 5. 10. 자기 힘으로 얻은 것이 있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좌파가 아니다? “자기 힘으로 얻은 것이 있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좌파가 아니다.”.좌파라면 무조건 남에 것 나눠먹기하고 싶어하는 놈들이다는 무식한 인식으로부터 나온 말이죠. 프랑스 의회에서 사회주의 계열의 정당이 왼쪽에 자리를 받아서 좌파라는 말이 생겼고 러프하게 정의하자면 성장보다 분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경제이념을 추종하는 정당이 좌파입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사회 속에 작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분배 시스템이 좌파로부터 나왔고 좌우파 가리지 않고 이 분배 시스탬 없이는 사회가 굴러가지 않는다는데 동의하고 있죠. 우리가 아는 의료보험이나 연금, 사회 기반시설의 공동사용, 차등과세, 담합에 대한 규제, 고용의 질에 대한 보장 등이 흔히 말하는 좌파정책입니다. 온전히 시장논리에 맡겨버리면 순식간에 개판이 되기 쉬운 분야.. 2026. 3. 24. 유시민의 abc 에 대해 뒤늦게 매불쇼 문제의 장면을 보고 유시민 해대는 소리가 하도 같잖아서 박제. .유시민의 메시지는 이익을 기반으로 한 지지층은 가장 먼저 등을 돌릴테니 핵심 지지층이고 가치지향적인 우리(친문)의 말을 들어라임. 일단 여기엔 두 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친문은 가치지향적이지 않음. 권력지향적이지. 둘째, 친문은 이미 이재명에게 등을 돌렸고 대선 이전부터 꾸준히 이재명 길들이기를 원했지. 오히려 새로운 유입 지지층이 충성도도 높고 합리적인 이유에서 움직이는데 이를 이익충 정도로 여겨버린 점. 이점 때문에 욕먹는 것임. .내가 저번 쓰레드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이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데에는 복잡한 이유가 섞여있음. 가치지향성과 이익추구도 섞여있음. 유시민 말처럼 뚝딱 구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 물론 .. 2026. 3. 24. Atypical Creator Robia Rashid의 자폐증에 대한 이야기 Atypical Creator Robia Rashid의 자폐증에 대한 이야기: "저는 많은 실제 학습을 해야 했습니다" 마리아 엘레나 페르난데스 지음 2017년 8월 15일 구하다 로비아 라시드. 사진: 게티 이미지 작가 겸 프로듀서 로비아 라시드는 수년간 "신비롭고 기묘한" 이야기로 가득 찬 "수천 권"의 책을 수집해 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네트워크 텔레비전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라시드는 " 윌 앤 그레이스" ,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 , "골드버그 가문 " 같은 드라마 제작에 종사한 후 , 개인 시간을 내어 파일럿 대본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 도박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넷플릭스가 대본을 구매하고 시즌 1을 주문했고, 그 결과로 탄생한 시리즈 " 앳피컬 " 이 8월.. 2026. 2. 19. 페미니스트 호소인들의 영포티 조롱 페미니스트 호소인들이 영포티들 보고 ‘옛날에 여성들을 김치녀라고 조롱하던 놈들이 지들이 영포티라고 조롱당하니까 발작을 하네’라면서 영포티들을 까는 글을 봤다. 이래서 페미니스트 호소인들이 역겨운 것. 자신들이 옛날에 조롱당했던 게 부당하면 지금 조롱당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해줘야지 오히려 비웃고 있음. 물론 영포티 조롱과 김치녀 조롱은 급이 다름. 김치녀 조롱과 혐오는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음. 영포티 조롱한다고 해서 누가 영포티를 공격하진 않음. 반면에 여성들은 진짜로 공격당했지. 문제는 페미니스트 호소인들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임. 미러링 어쩌고 하면서 혐오를 재생산 하던 일이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보았으면서도 저러고 있음.(페미니스트=과격한 혐오생산자들이라는 공식을 만듬.) 이런 이중적이고 .. 2025. 11. 6.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