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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칠드런오브맨의 쁠랑세깡스 Plan-Sequence

by skarly 2018. 7. 28.

쁠랑 세깡스 Plan-Sequence :

주로 복잡한 동작선 및 카메라 움직임을 싱글 테이크로 길게 포착하는 쇼트.


1.뭐하는 장면일까?

이 장면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신 분이라면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걸 따라하겠다는 건지 의아할 것이다. 커트 없이 하나의 롱테이크로 전체 시퀀스를 구성하는 일인데 일단 영상을 보면서 이게 뭔지 한 번 살펴보자



처음 봤을 때는 흉내도 못낼 것 같았다. 하지만 자꾸 보다보니 생각보다 카메라의 무브먼트가 복잡하지 않다. 슬라이더와 약간의 노가다를 가미하면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차 뚜껑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레일과 리모트 컨트럴러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 전체를 또다른 렉카 위에 실었다. 우리는 그냥 뚜껑 없는 차에서 하거나 실내에서 하자.




레일과 카메라의 헤드 컨트롤은 무엇으로 할까? 슬라이더를 빌려서 거꾸로 달고 슬라이더의 움직임은 리모컨으로, 나머지는 손으로 한다. 리모컨 달린 슬라이더는 3만원이면 빌린다. 그 외 자동제어 장비가 없으므로 사람이 노가다를 해야한다. 비싼 DSLR을 거꾸로 달아 놓다가 떨어트리면 망하는 거니까 어디서 싸구려 액션캠이나 친구의 핸드폰을 빌려오자. 액션캠과 핸드폰은 기본적으로 광각렌즈니까 화각은 적절하다.


2.이걸 왜 하는가?

사실 전문적인 연출자들도 이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다. 칠드런오브맨의 자동차 장면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개입하고 있는 서사도 강력해서 이런 방식의 연출이 그닥 부각되지 않는다. 이는 달리 말하면 굳이 쁠랑세깡스를 하지 않아도 될 장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컷트로 쪼개서 편집해도 비슷한 효과가 날 것이다. 그러나 쁠랑세깡스는 결국 효용이 있다. 쇼트와 컷트는 정의와 지시를 의미한다. 연출자의 의도와 선택이 노골적으로 보인다. 쁠랑세깡스 역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에 관해 연출자의 의도를 보여주지만 편집된 영상보다는 그 개입이 덜하다. 무엇보다 쁠랑세깡스는 '그 일'이 '진짜 벌어졌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강력한 현실감이 있다.


원래 쁠랑세깡스는 아직 영화 기술이 발전되 않았던 초기에 연극 무대를 그대로 필름에 옮겨놓고자 도입한 촬영방식이다. 풀샷으로 카메라를 픽스해놓고 무대 전체를 찍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후세대 감독들이 이걸 응용하면서 자꾸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커트를 하지않는 묘기를 부리는 쪽으로 발전한 것 같다.(브라이언 드 팔마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정적인 쁠랑세깡스도 현대 영화에서 유효하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씨인사이드>의 마지막 장면이다. 주인공이 안락사를 원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스스로 독약을 마시며 죽는 장면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으며, 오직 자신의 의지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죽는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남긴다. 극의 서사와 쁠랑세깡스라는 연출 방식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경우다.


사실 칠드런오브맨의 이 시퀀스는 눈에 보이는 액션을 넘어서는 탠션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의 전 아내가 총에 맞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혼했고 서로 사이가 안좋았지만 이번 여행을 계기로 다시 가까워졌고, 차 안에서 서로에게 탁구공을 입에서 입으로 던지는 일종의 화해 의식?을 거행하던 중이었다. 간절하게 돌려받기 원했던 관계를 이제 좀 회복해보나 싶은 찰나에 이들에게 비극이 닥쳤다. 이런 식의 서사적 장치를 활용한다면 쁠랑세깡스를 더욱 강력한 연출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