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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할런 코벤, 6년

by skarly 2015. 2. 21.

사라진 여인, 증인보호 프로그램이라는 두 가지 컨셉이 섞여 있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별 이유 없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사라졌다는 후킹은 강력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질문이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텍스트가 될 수도 있었던 '그녀는 나의 무엇이 싫어서 떠났는가?' 혹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라는 주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새삼 '나를 찾아줘'가 얼마나 잘 된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을 당한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한 행동을 되집어보고, 의미들을 생각하고, 놓친 게 무엇인지, 자신의 완전히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스스로를 객관화해야만 하는 상황, 바라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것의 괴리, 이런 것들이 굉장히 재미있는 주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코벤답게 그런 것들은 재쳐두고 의미보다는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한다. 코벤의 미덕은 거의 책임지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구사하고 결국에는 책임을 진다는 점에 있다. 의미가 약하더라도 결국에는 인과관계, 개연성, 의외성을 확보한다. 


이 이야기는 앞서 말한 자기-의심과 그 반대의 측면, 관습이나 공공연한 충고에 쉽게 길들여지는 사람이라는 주제에도 잘 어울린다. 이것은 극단적인 두 종류의 인식을 말한다. 사람들은 별 것 아닌 일을 대단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 만큼이나 자주 '현실감각'이나 '순진함', '중2병' 등과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순간순간에 대한 정확한 가치판단을 거부한다. 나에게 생긴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반대로 모든 일을 단순하고 하찮은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양 극단의 경향은 자신의 감정이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라는 공통의 원인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재미있는 주제다. 때때로 사람은 자신이 우스꽝스러워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남의 진심이나 진짜 소중한 기회를 앞에 두고도 눈을 감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