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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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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rly 2014. 7. 19.

이 소설 속 래리 오트라는 인물은 미스틱 리버의 데이브 보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엄청난 찬양이라는 점을 눈치채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인물들에게 끌리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일단 이 사람들은 루저나 프릭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다. 사회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실패한 듯한 인생을 살고 있다. 사실 이런 루저들의 이슈는 별로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서사 속에서는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진다. 한국 영화 괴물에 나오는 가족들이나 미스리틀선샤인에 나오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뭐랄까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극을 위해 만든 캐랙터 같고 장난스럽다. 물론 그런 캐랙터들도 나름의 유쾌함과 미덕이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루저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이슈들, 사회적으로 소외받고 실패한 인생, 직장에서 부당하게 짤림, 여자에게 차임 등 코드화/요소화 되었다고 말해도 무방한 지점을 벗어나지 못한 사건들은 서사의 재료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어떤 성분이 루저를 구성하는가가 중요하다.


래리에게는 이런 진부함을 가볍게 뛰어넘게 해주는 특별한 사건이 있다. 사일러스에게 총을 준 일, 신디를 극장에 데려다준 일, 술취한 윌리스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 그에게는 어떤 선을 넘는 미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래리의 선량함은 그저 선량한 게 아니라 어떤 선을 넘은 선량함이다. 래리 오트와 데이브 보일이 가진 미덕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그들은 고립되어있고 사람들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지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기꺼이 견디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의 고통은 이들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남들이 이들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는 집단적인 편견과 일어난 일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과도한 편리추구, 무관심 같은 것들이 있다. 나는 여기서 어떤 메저키즘적인 영웅의 특성을 본다. 그래서 그들은 루저지만 찌질하지 않고 위대하다. 이들은 남들로부터 배척받지만 자신은 남들을 배척하지 않는다. 물론 데이브 보일의 경우 서사 역사상 전무후무한 아주 특별한 사건이 받쳐주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래리의 경우 그가 견디는 것들에 대한 장면들 하나하나가 강력한 에너지의 감정이나 무거운 통찰을 동반한다. 이것이야 말로 소설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의 엔딩은 많이 아쉽다. 미스틱 리버와 자꾸 비교되어서 더더욱 그렇다. 엔딩을 총체적인 비극으로 끌고갈 수만 있다면 미스틱 리버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위대한 작품이 탄생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어떻게든 모든 것을 덥어두는게 더 좋고, 사일러스는 찝찝한 구원을 받고 래리는 끝내 회생 불가능이 되는 쪽으로 엔딩을 썼을 것이다. 하여튼 아쉬운 엔딩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엄청나게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던저진 질문에 충실하게 대답하며 깃들어 있는 텍스트들을 충분히 소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