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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앨리스 먼로, 행복한 그림자 춤

by skarly 2017. 12. 6.

먼저 작업실의 경우 소재가 너무 특수성이 없다. 다만 보편성은 있어서 공감할 수 있다. 작업실을 얻었는데 작업실 주인이 귀찮게 한다는 내용이 이야기의 전부이다. 결국 질문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고 대답은 작업실을 처분한다로 나온다. 여기서 이 여자가 진짜로 원했던 것이나 작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 권태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 같은 것은 별로 조명되지 않는다. 


나비의 나날은 내가 제대로 내용을 이해했는지 의심스럽다. 화자가 어떤 왕따 소녀와 친해지게 되었는데 그 소녀가 백혈병에 걸리고 문병갔다가 선물을 받고 자신이 배반했다고 하는데 뭐가 배반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는다.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는 앞의 두 소설보다는 더 특별한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외판원인데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가 아버지가 옛날에 알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서사가 특별한 이유는 목격하게 되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춤을 춘다는 점에 있다. 화자는 자신이 목격한 것에 관해 어머니에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느낀다. 


휘황찬란한 집은 커뮤니티 속에서 소수의견을 가진 자의 윤리적 의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쩐지 부당하게 느껴지는 일을 저지하고 싶어서 소수의견을 피력하지만 커뮤니티 대다수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목소리가 별 의미없는 헤프닝이 될 것임을 안다. 커뮤니티는 흉하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몰아내려고 하지만 화자는 할머니가 왜 그 집에서 계속 사는지에 관해 은밀하고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알고 있다. 


현재 여기까지 읽었으며 전반적으로 핵심 사건이 명확한 소설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텍스트의 깊이가 너무나 얕아서 읽고나서 임팩트를 느낄 수 없다. 


망상 역시 떠돌뱅이 카우보이와 비슷하게 아버지와 비밀을 공유하는 이야기이다. 


태워줘서 고마워는 특별한 이야기이다. 아마도 여름 휴가나 비슷한 이유로 다른 고장을 찾아 즉석에서 여자를 만나고 하룻밤을 보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특이한 이유는 이 여자의 집에 잠깐 들른 차에 여자의 가족들을 만나는데 여자의 엄마가 은근히 딸을 빨리 시집보내고 싶어하는 말을 한다는 점과 여자의 이상한 태도 때문이다. 여자의 태도는 얼굴도 보지 않고 부잣집 젊은이와 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한 것, 마음을 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결국 함께 밤을 보내는 것 등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기서 점점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여자와 남자의 계급차이이고 이는 여자가 그러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