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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데니스 르해인, 더 드롭

by skarly 2015. 2. 15.

 거창한 야망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행복이라도 맛보려면 더러운 일을 해야한다는 아이러니가 장르소설의 클리쉐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소설 전체에 흐르는 밥의 정서는 패배자, 불가역성, 필연적 굴종, 미완의 구원과 같은 것인데 이는 르해인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열쇠같은 것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불행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러한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모든 정서의 주인인 밥과 대비되는 사람이 마브인데 그는 밥과 별로 다른 처지에 있지 않지만 밥보다는 좀 더 큰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탕'을 노리는 사람으로 범죄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과 같은 인물인데 결국 밥의 영리함이 그를 파멸하게 만든다. 언뜻보면 마브는 이 모든 사단의 근원이자 기만자, 악당 같지만 따지고 보면 밥도 마찬가지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꺼히 손에 피를 묻힌다는 점에서 마브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밥의 구원은 미완의 구원이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행하는 살인으로부터 오는 구원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독과 불행, 행복에 대한 갈망이라는 이슈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보편적이며 서정적인 문장과 의미심장한 일화들이 이 주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