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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눈성형에 관하여

by skarly 2018. 5. 5.


내가 눈성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이쁜눈을 가지고 싶어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실행하면 좋은 일을 편견과 게으름 때문에 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은 오래전부터 눈성형을 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들어왔다. 너는 눈빛이 나쁘다. 눈만 하면 된다. 성형하기 딱좋은 눈이다 등의 소리를 들었는데, 내 입장에선 전혀 관심이 없던 터라 완전히 흘려들었다. 딱히 내 외모에 불만이 없었고, 남자가 무슨 성형을 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오히려 약간의 광기?를 머금은 내 눈이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원빈이랑 얼굴을 바꿔준다고 해도 안바꿀거다. 원빈은 그냥 잘생겼지만 나는 졸라 멋있고 잘생겼으니까;;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여자한테 오빠 눈이 너무 무서워라는 말을 들었고 집에 와서 형에게 형 내 눈이 무서워? 라고 물었다가 응 병신같아 라는 대답을 들었다. 성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형은 적극적인 찬성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너의 성형 문제는 마치 대학교 1학년 여자애들이 화장을 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것과 같은 거야. 대부분의 아이들이 화장을 하게 되지만 소수의 여자애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기 싫어서 화장을 거부하지. 사실 화장을 한다고 해서 외모에 과도하게 신경쓰는 속물이라고 욕을 한다던가 그러지 않잖아. 이건 정체성 문제고, 그저 자신이 화장하는 사람이 되는게 두려운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네 눈은 문제가 있고 그걸 좀 고칠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지. 성형했다는 레떼르, 친구들의 놀림은 잠깐이지만 성형을 하면 확실히 얻는 이점이 있어.

 

아니, 난 딱히 내 눈에 불만이 없는데...

 

아니야. 네 눈은 병신이야. 너 자체가 병신임...

 

대화는 대충 이렇게 진행되었고 옆에서 엄마도 대환영이다며 성형할거면 돈 대준다고 바람을 넣었다.(내가 낳았지만 네 눈은 정말 맘에 안든다는 말도 덪붙이셨다) 결국 나는 성형을 하기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혔다. 성형 이후에 퍼부어질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놀림은 애초에 1도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었다. 나는 즉시 실질적인 효능과 부작용들에 대해 약간의 조사를 했고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상담신청을 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시각능력의 저하, 눈의 피로도가 가파르게 올라간다던가 하는 것들이었는데 조사 결과 사실상 성형은 이런 문제들과 상관관계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성형 후 내 얼굴의 오리지널 아이덴티티를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도 좀 신경이 쓰였다. 의사 말로는 나의 경우 눈 성형이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것이 상당히 좋은 쪽으로의 변화일 것이라고 했다.(상담 내내 성형을 해야하는 당위를 가지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성형여부는 기정사실화하고 어떤 식으로 시술할지 자신의 계획을 말하더라;;) 그래서 얼굴의 아이덴티티는 감수하기로 했다. 사실상 이게 성형의 이유니까. 그리고 눈 좀 찟는다고 얼굴이 달라져봐야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그래서 쉽고 빠르게 결정한 것 같다. 눈성형 자체가 가벼운 수술이기도 하고.

 

정리하자면 형의 이야기, 화장을 안하는 여자에 대한 비유가 내 결정의 트리거포인트였다. 실행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게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두려움이나 귀찮음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안 될 일이다. 수술 자체는 긴장했던 만큼 아프거나 한건 아니었고 오히려 재미있었다. 프로포폴 주사는 주변을 SF영화 세트장처럼 느끼게 한다.(토탈리콜이나 오픈유어아이즈가 적절하겠다) 지금 와서 거울을 보니 딱히 뭐가 좋아진 줄도 모르겠다. 반창고 떼고 붓기 빠지면 좀 좋아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