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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메갈티 성우 논란을 보고

by skarly 2016. 8. 16.

메갈러라는 이유가 사람 밥줄을 끊어야 할 정도로 큰 죄인가 싶다. 그 성우가 실제로 어떤 과격한 사상을 가지고 있든, 문제가 된 건 메갈 내에서 만든 왕자님 필요없다는 글귀가 쓰여진 티셔츠를 구매했고 그걸 SNS에 올린 행위인데 이런 행위의 의미와 잘잘못을 논할 수는 있다. 하지만 떼로 달려들어 밥줄을 끊는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계약금을 줬으니까 괜찮다부터 시작해서 온갖 해괴한 논리들이 난무하던데 진정 미친게 아닌가 싶다. 한국 사람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허접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생각들이 없나 싶다. 이 일을 두고 노동의 권리와, 처벌에 관한 사회적 합의, 실제 벌어진 행위의 위해성. 이런 것들의 관계를 다 따져보면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별로 없어보인다. 


정의당 논평에 관한 사람들의 반응도 이해하기 힘들다. 메갈당 어쩌고 하면서 탈당을 한다는데 에초에 입당이나 했는지 의심스럽고, 그렇게 탈당할 인원이 있기나 한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나는 정의당 논평 전문을 읽었다. 정의당 논평의 논지는 그 성우가 메갈이든 뭐든 어떤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떼로 달려들어 정의당은 메갈당이니, 메갈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가진 애들인지 모른다느니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정의당 논평에 반대 주장을 하고 싶다면 메갈이 얼마나 나쁜지에 관해서 말할 게 아니라 어떤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도 되는지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된다. '메갈러들은 직업적 불이익을 당해도 될 정도로 나쁜년들이다'는 논리가 아니다. 왜 그런지를 말해야지. 나는 이 문제에 관해 제대로 논리를 갖춰 말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나는 종종 사람들이 퍼온 자료를 보며 메갈이라는 집단이 반지성적이고 논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바보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 반대편의 논리는 더욱 단순하다. 메갈 나빠요, 메갈 편드는 정의당 나빠요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퍼온 글만 보고 한쪽 사이드만 봐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지경이다. 메갈러 한 명을 한 직업의 필드에서 내쫓았다고 자신들이 승리한 마냥 기뻐하거나 집단지성 운운하는 것은 역겨울 지경이다. 그냥 힘을 행사할만한 데가 없으니까 그런데다가 행사하고 기뻐하는 것같다. 여기에 생각이라든가 논리, 성찰 같은 것은 눈꼽만큼도 안보인다.